1. 사람들은 상호 의존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책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사는 그레고리 맨큐라는 경제학자가
오하이오 주에 있는 출판사를 통해 오리건에서 생산된 나무로 만든 종이를 사용해
발간된 책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컴퓨터와 키보드,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매일의 생활에서 내가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얻기 위해
전세계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이것은 사람들이 서로 교역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과 컴퓨터, 키보드, 네트워크를 제공받은 것은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그들에게 시킨 일도 아니다.
그들은 이런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기 때문이다.
2. 감자만 생산하는 성태와 고기만 생산하는 혁준이
왜 사람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얻기 위해 서로 상호 의존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 이해하기 위해 경제를 단순화해보자.
세상에 고기와 감자 단 2개의 재화만 있고, 성태라는 농부와 혁준이라는 농부 두 사람만
산다고 하자. 그리고 두 사람은 자기가 생산한 재화를 모두 소비한다.
굳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물물교환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자.
성태는 백날 감자만 구워먹고 삶아먹고 튀겨먹어봤자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혁준이는 백날 고기만 구워먹고 삶아먹고 끓여먹어봤자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거래를 통해 다양한 재화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래를 하면 스테이크에 감자샐러드를 곁들여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거래를 통해 어떻게 이득을 보는지 보여주는 간단한 예시다.
이 결과는 성태가 감자를 생산하고, 혁준이가 감자를 생산할 수 있지만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경우에도 성립한다.
예를 들어 성태가 소를 키워 고기를 생산할 수는 있지만 영 시원치 않다고 하자.
마찬가지로 혁준이의 목장 땅이 감자를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자.
이 경우에 성태와 혁준이가 각자 잘하는 품목에 특화해서 생산하고 상대방과 거래하면
서로 이득이 된다는 것은 비교적 명백하다.
하지만 혁준이가 성태보다 소도 잘 돌보고 감자도 잘 재배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거래가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3. 성태와 혁준이의 생산가능곡선
성태와 혁준이는 각각 하루에 8시간씩 일하고, 이 시간동안 감자를 재배하거나, 소를 돌보거나,
혹은 두 가지 일을 나누어 할 수 있다고 하자.
다음은 성태와 혁준이의 생산 능력을 나타낸다.
100g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분) |
|
8시간 일할 때의 생산량(100g) |
|||
|
고기 |
감자 |
|
고기 |
감자 |
성태 |
60 |
15 |
|
8 |
32 |
혁준이 |
20 |
10 |
|
24 |
48 |
혁준이는 고기와 감자 생산에 성태보다 더 효율적이다.
성태가 8시간동안 감자만 생산하면 3200g을 생산하지만, 혁준이는 4800g을 생산한다.
성태가 8시간동안 고기만 생산하면 800g을 생산하지만, 혁준이는 2400g을 생산한다.
다음은 혁준이와 성태의 생산가능곡선이다.
2.1 과학자로서의 경제학자에서 생산가능곡선은 밖으로 볼록하다고 했다.
그 경우, 두 재화 생산의 맞교환 비율이 현재 두 재화의 생산량에 따라 달랐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감자 생산과 고기 생산의 맞교환 비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성태가 고기 생산 시간을 1시간 줄이고 감자 생산에 1시간을 더 투입할 때마다
성태는 고기 생산이 100g 줄고 감자 생산이 400g 증가한다.
이 비율은 현재 고기와 감자 생산량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생산가능곡선은 직선이다.
성태의 생산가능곡선을 보자. 성태가 8시간을 전부 감자 생산에 투입한다면
감자를 3200g 생산하고 고기는 하나도 생산하지 못 할 것이다.
8시간을 전부 고기 생산에 투입한다면 고기를 800g 생산하고
감자는 하나도 생산하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점 A와 같이 두 품목에 4시간씩 투입한다면 감자 1600g과 고기 400g을
생산할 수 있다. 성태는 점 A에서 생산한다.
혁준이의 생산가능곡선을 보자. 혁준이가 8시간을 전부 감자 생산에 투입한다면
감자를 4800g 생산하고 고기는 하나도 생산하지 못 할 것이다.
8시간을 전부 고기 생산에 투입한다면 고기를 2400g 생산하고
감자는 하나도 생산하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점 B와 같이 두 품목에 4시간씩 투입한다면 감자 2400g과 고기 1200g을
생산할 수 있다. 혁준이는 점 B에서 생산한다.
여기에서 혁준이 역시 감자와 고기 생산의 상충관계를 경험한다.
성태와 혁준이가 자급자족한다면, 각자 자기가 생산한 만큼 소비할 것이다.
따라서 거래가 없다면 두 사람의 생산가능곡선은 각자의 소비가능곡선이 된다.
이 생산가능곡선은 각 생산자가 당면한 생산량의 제약과 두 물건의 상충관계를 보여주지만,
각 생산자가 얼마나 생산할지 결정해주지는 못 한다.
우선 성태는 점 A에서, 혁준이는 점 B에서 생산하고 소비한다고 가정하자.
이 상태에서 성태가 혁준이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고 하자.
너한테 고기 500g을 줄테니까, 너는 8시간동안 감자만 캐서 그 중에 1500g만 나한테 줘.
이 경우 혁준이는 지금처럼 감자 1600g에 고기 400g이 아니라 감자 1700g에 고기 500g을
먹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기한테 좋은 일이라면 성태한테는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해 반문하자, 성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6시간동안 소를 돌보고 2시간동안 감자를 캐면 나는 고기 1800g과 감자 1200g을
얻을 수 있어. 그리고 여기서 너한테 고기 500g을 주고 감자 1500g을 받으면 나는 지금처럼
고기 1200g에 감자 2400g이 아니라 고기 1300g과 감자 2700g을 먹게 돼.
결론적으로 성태는 거래를 통해 고기 100g과 감자 100g의 이득을 보고,
혁준이는 고기 100g과 감자 300g의 이득을 본다.
이것은 거래를 통해 각자가 잘하는 일에 특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자 재배를 잘하는 성태는 감자 재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소를 잘 돌보는 혁준이는 소를 돌 보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재화를 서로 교환함으로써 둘 다 이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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